무려 작년 12월에 엘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해놓고는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여, 8월 8일에야 실제 앨범이 발매되었으니,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언니네 이발관 팬들에게 오늘은 올림픽 개막일이 아니라, 5집 발매일로 기억될거다.

 나도 앨범 출시전에 미리 구매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방이라서 주말이후나 도착할꺼란 예상과 달리 다행히도 오늘 도착했다.

그 자신의 앨범에 대해 설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언니네 이발관 홈페이지 7월 6일자로 올라온, 일기가 이 앨범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것 같다.

2008년 7월 6일   

3집 '자아성찰'을 들었을때 이 세상을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이미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90년도에 4집 '행위'를 냈을때는 정말로 굉장했다.
정말 열광했고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다.

어릴적, 록키 쓰리가 개봉했을때 난 주제가였던
서바이버의 '호랑이의 눈깔'을 거의 하루종일 들었었다.
그때 막내누나가 했던 말이 생생하다.

"니가 그거 언제까지 좋아할 수 있을것 같애? 언젠간 질려."

나는 너무나 궁금했다. 이렇게 좋은 멜로디가 정말로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버린다고? 일주일이 흘렀다. 자고 일어나면
불안한 마음에 플레이 버튼을 눌러봤지만 다행히 어제와 똑같은
만족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달이 흐르자 정말로 누나의 말은
거짓말처럼 사실이 되어 어느 순간부터 더이상 그 곡을 들을 수 없게되었다.

누나. 누나 말이 맞았어. 황홀했던 멜로디가 사라져 버렸어..


삼십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침에 스튜디오에 출근해서 저녁이 될때까지 같은 곡, 같은 부분을
수백번씩 듣고나면 정신과 귀가 걸레처럼 너덜너덜해 져서
더이상 어떤 음악도 들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그런데 그렇게 녹초가 된 상태로 집에가면서도
듣고 싶은 음악이 있는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물론 단 한곡에 한해서지만.

오늘 공식적인 믹싱 일정이 모두 끝나는 마지막 날.
비록 한곡도 완성한 곡은 없지만 공정은 80%이상 진척이 있었고
고생한 서로를 격려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어김없이
나는 그 음악을 찾아 건다.

회상과 슬픔이 믿을 수 없을만큼 우아하게 담겨 있는
이 곡이 나온지도 벌써 18년이 되었다.
지금껏 나는 여전히 생의 가장 높거나 낮은, 혹은 치열하거나 격한
그 모든 순간에 이 곡을 들어왔다.

'Being Boring' - pet shop boys

4집을 발표하고 1년 후 펫샵보이스는 디스코 그래피라는 베스트 앨범을
내는데 거기엔 기존 앨범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보너스 트랙으로

'was it worth it?' 이라는 곡이 마지막에 실려있었다.

그런데 이 곡이 또 기가 막히다. 곡이 다 끝난줄 알고
맥이 탁 풀리려는순간 갑자기 거짓말처럼 곡이 살아나더니
한번도 나오지 않은 멜로디가 선물처럼 터져나오는것이 아닌가!

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난다.

세월이 흘렀어도
그 선물같은 멜로디가 이렇게 소멸하지 않고 곁에 남아있기에.
 
특히 뒤쪽의 펫샵보이스에 대한 묘사는 이엘범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첫번째 트랙인 '가장 보통의 존재'가 그러한데, 3분 33초 곡이 갑자기 멜로디가 터져나온다. 처음에는 '응? 이거 다음 트랙으로 갑자기 넘어간건가 하고 시디플레이어를 살펴봐야 했으니까. 1번 트랙의 끝 부분도 예사롭지 않다. 5번 트랙도 그런 끼가 있고.

최근에 읽은 뇌의 왈츠의 저자는 유명한 음반 프로듀서이자 교수였기에, 음반 녹음과 작곡에 대해서도 청자의 예상을 너무 정직하게 충족시켜주면 지루한 음악이 되고, 예상을 너무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난해한 음악이 된다며  곡을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소리의 변화를 통해 청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지에 대한 대목이 있는데 (음반과 별개로 '뇌의 왈츠'는 정말 강추. 내가 쓴 소개글.), 이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이석원은 이 앨범 작업을 통해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다듬에내는데도 경지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처음 CD를 넣고 30초가 흘렀는데 드는 느낌은, 라디오 헤드의 "Kid A"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과 비슷했다. 곡의 느낌이 닮았다는게 아니라 '아니, 지들 하고 싶은 것만 하면 팬들은 어쩌라고.' 뭐 이런 느낌?
하지만, 트랙을 더해 갈수록 그 느낌은 다시 언니네 스러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돌아온다.

내 예상에는 3번 트랙인 '아름다운 것'이 가장 인기를 끄는 트랙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사람마다 경험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트랙 6번인 알리바이를 들으면서 나한테 드는 생각은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들 '세기의 천재 정도는 아니어도, 내가 좀 머리가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텐데, 나이가 들수록 '아니구나, 나는 그냥 보통의 존재구나.'하는 자각, 그 별로 믿지싶고 않은 사실에 대한 기억.


MC 스퀘어를 끼고 있으면 잠이 처온다는데, 이 엘범을 끼고 있으면 신비롭게 배가 고프고, 목도 좀 마르다.


ps. 4집때도 사인시디가 당첨 되더니(2007/08/13 - [Hobby] - 언행일치), 5집때도 500개만 준다는 사인시디가 당첨되었다. -_-v 한정판에는 신비로운 홀로그램 새와 멤버 사인이 있다고 되어있는데 홀로그램이 신비로운지는 모르겠고, 밑에 160이란 숫자가 적혀 있는데 160/500 이란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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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0 - [Hobby] - 언행일치
2008/07/10 - [Science] - 뇌의 왈츠, This Is Your Brain on Music
2007/11/12 - [Hobby] - 루시드폴, 남들은 한개만 해도 버거워 하는데.
2007/10/19 - [Science] - 머리카락보다 수천배 작은 라디오
2007/08/27 - [Hobby] - The roof is on fire

Pet shop boys - was it worth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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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 Rockholic's Exciting World
2008/08/27 20:08 삭제
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Track List 1. 가장 보통의 존재 2.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3. 아름다운 것 4. 작은마음 5. 의외의 사실 6. 알리바이 7. 100년 동안의 진심 8. 인생은 금물 9. 나는 10. 산들산들 01. 가장 보통의 존재.mp3 03. 아름다운 것.mp3 언니네 이발관 5집,, 요즘 하루종일 듣고있는 음반이다. 한 음반을 진득하게 1번트랙부터 10번까지 듣고 있었던게 얼마만일까? 맨 앞 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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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9 03:28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벅스에서 3집, 4집 정도 들어보고.. 이건 내 취향이 아니구나.. 했는데..
5집은 정말 멋진데.. 노래에 무슨 의미를 담고 싶어했는지는 가사는 개뿔 안듣는 나로서는 모르겠지만... 완숙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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